본문 바로가기

언론

[기사] 밀양 송전탑 다룬 영화 '오래된 희망' 리뷰 (경남도민일보)

밀양 송전탑 사태를 3년간 기록한 다큐멘터리 <오래된 희망>(허성용 연출)이 지난 24일 창원문화원 대강당에서 개봉했습니다. 영화사 파란만장과 공공미디어 단잠이 공동기획한 영화로 창원에서 첫 상영을 했습니다. 이날 200석에 가까운 대강당은 만석이었습니다. 밀양 어르신 44명, 이계삼 밀양대책위 사무국장, 여러 활동가도 함께했습니다.

2014년 6월 10일, 할머니가 쇠사슬로 자신의 몸과 움막 지지대를 묶는다. 다음날 새벽에 예고된 행정대집행을 앞두고서.

밀양시가 강제 철거할 농성장인 단장면 용회마을(101번), 상동면 고답마을(115번), 부북면 위양마을(127번)이 화면을 채운다.

2012년 1월. 공공미디어 단잠을 비롯해 대구와 부산, 울산, 서울 등지에서 온 미디어 활동가들이 어르신과 마주한다. 힘든 얼굴에도 웃음이 번진다.

24일 창원문화원 대강당에서 〈오래된 희망〉 영화가 끝나고 밀양 어르신과 활동가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미지 기자

 

영화는 밀양 밖으로 나와 밀양시 주변 송전탑 건설 현황과 전원개발촉진법을 자세히 설명한다.

송전탑을 짓고자 밟아야 할 절차는 아주 간단하다. 까다로운 허가·인가·면허·결정·지정·승인·협의는 전혀 없다. 한전이 개인소유 땅을 강제수용해도 밀양 어르신은 아무런 권리행사를 할 수 없다.

영화는 2012년 1월 16일이다. 주민 동의가 필수조건이 아니면서 벌어진 밀양 송전탑 사태로 이치우(당시 74세) 어르신이 분신해 숨진 날.

한전의 주민설명회는 형식에 그친다. 한전은 2005년 주민에게 알렸다고 하지만 당시 설명회에 참여한 주민은 0.6%뿐. 밀양 어르신은 알지 못했다.

2012년 여름, 할머니들이 밭일을 놓은 채 자꾸만 산으로 오른다. '어린' 용역과의 싸움은 치열해진다. 답답한 상황의 연속이지만 "욕도 연습해야 한다. 그래야 이기지"라며 나뭇가지를 이리저리 휘두르는 할머니의 농담이 들린다.

장면은 국회 지경위로 전환된다. 여상규(새누리당, 사천·남해·하동) 국회의원이 송전탑 건립을 찬성한다. 김제남 통합진보당(현 정의당) 의원이 밀양 송전탑 사태는 보상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전력 수급 문제라고 지적한다.

관객석에서 박수가 쏟아졌다.

영화는 경남의 전력 자립도가 210%, 영남이 135%라고 말하며 전기가 부족하지 않다고 꼬집는다. 그러면서 한전이 기업체에 공급하는 원가 이하 값싼 전기를 비판한다.

2013년 2월, 밀양 어르신들의 1인 시위가 이어진다. 그해 4월 엄용수 밀양시장이, 8월 정홍원 국무총리가 어르신을 만난다. 밀양 할매들의 요구는 뭉개진다. 이 사이 변준연 한전 부사장은 밀양 송전탑 공사가 정부와 한국전력공사가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맺은 원자력발전 수출의 '이면 계약' 때문에 강행한다고 밝힌다.

영화는 '전력난'이라는 허구, 끝없이 나오는 고리원전의 위조 성적서, 체르노빌·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원전 마피아. 정부의 발표를 그대로 옮기는 언론을 비춘다.

거짓말, 또 다른 거짓말이 난무한다.

여경과 대치하는 밀양 주민들. 억울하고 원통해 우는 어르신.

세 번의 겨울을 맞는 2014년, 아무런 생각이 없다는 무표정한 어르신들이 오늘도 쇠사슬과 움막을 잇는다.

영화 후반부 허성용 연출가가 86세 김말해 할머니의 생애를 전한다. 밀양에서 태어나 여전히 사는 삶의 터전. 남편과 작은아들을 잃고 그들이 있는 하늘 아래 밀양. 김 할머니는 한도 원도 없는 곳에서 훨훨 날아다니고 싶다고 말한다.

장면은 다시 2012년 가을이다. 한옥순 할머니가 웃으며 나들이 계획을 말한다. 곧 해결되어 놀러 가겠노라고. 그리고 바람을 전한다. 밀양이 도움을 받은 것처럼 여생 다른 이를 위해 살고 싶다고.

<오래된 희망>은 밀양 3년간의 기록, 500여 시간이 2시간 10분으로 압축되어 원전과 송전탑에 대한 한편의 쉬운 교과서 같다. 밀양 어르신의 10년간 싸움을 시작으로 무엇이 진실이었는지 되묻는다. '힘' 있는 자들이 만들어 낼 또 다른 무언가를 경계하고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오래된 희망> 두 번째 상영일은 미정이다. 진주와 부산, 울산지역 공동체 네트워크를 통해 상영회가 열릴 예정이다. 20인 이상이면 공동체 상영을 신청할 수 있다. 문의 070-8853-98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