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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마산

영화<굿바이 마산>, "추억의 거리에 악사가 있다!" (12)거리의 악사

 

 

# 방석집 안 / 저녁무렵

 

가게 안 테이블 위에 소주 한병 놓고, 사채업자와 춘희,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소주 한 병 놓인 테이블에 사채와 춘희 마주 앉아 있다. 대부분 사채업자 얘기 하고 있고 춘희 듣는 편이다.

 

춘희 : 가게 팔고 정리해도 얼마 안되네예

 

사채, 더 이상 말 하지 않고 춘희도 말없이 소주잔을 들이킨다.

사채도 따라서 한 잔 마신다. 


사채 : (밝지 않은 표정, 술 한 잔 주면서) 아지매. 섬에서 몇 년간 고생하고 나온다. 생각하고… 마음 단단히 먹으이소.

 

 

 

 

* 여기부터는 다큐멘터리입니다.

     

 

김원형 / 신마산 통술거리 거리의 악사

 

- 통술집에서 어떤 일을 하시는 거세요?

"마산엔 원래 통술 문화가 있습니다 오동동에 통술 거리도 있구요….거기서 노래하고 있습니다.

전엔 창동에서도 했었는데, 부를 곳이 없어서 지금은 신마산에서 주로 하고 있어요.

손님이 신청곡을 주시면 그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제가 하고 싶은 노래를 하기도 하고…."

 

- 주로 어떤 노래를?

"추억의 노래…. 7080 노래들."

 

- 팁을 받으시는 건가요?

"손님 분들이 수고했다고 수고비를 주시죠."

    
 


- 여기서 계속 노래를 하시는 이유가 있다면?

"마산의 향수를 기억하고 싶어서…. 추억의 통술 거리에 거리의 악사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기타를 치게 됐고

이렇게 노래하고 있습니다."

 

 

 

# 방석집 안

 

가게 문이 열리고, 늙은 영훈이 기타를 들고 들어 온다. 카메라, 영훈을 잠깐 비추고 바로 춘희로 화면 넘어간다.
춘희, 영훈을 보고 알은체를 하면 영훈, 화면 안으로 들어와 춘희의 맞은편에 앉는다.

 

테이블 위에 컵 안에 만원짜리 지폐가 꽂혀 있다.
가게를 둘러보는 영훈. 손님이 없어 의아해 하는 표정이다.

 

춘희 : (애써 밝은) 오빠 오랜만에 보네예

영훈 : (씁쓸하게) 소식은.. 들었습니다

춘희 : (담담한척 그러나 쓸쓸하게) 내가 노래 한자락 하고 싶어…. 오빠 불렀어예.

 

컵 안에 꽂혀 있던 만원짜리 꺼내 영훈에게 건네는 춘희.

 

영훈 : (춘희 손 밀어내며) 아이~ 됐습니더….

춘희 : (굳이 돈을 건네주며) 자…. 받으이소. 그래야 내 마음이 편타

 

마지못해 영훈, 돈을 받는다.

 

춘희 : 요즘 사람들은 노래방 많이 가든데, 나는 기계가 싫더라 . 기계는 사람의 감정을 못 알아주잖아.

         지금 내가 기쁜지.. 슬픈지... 그래서 난 오빠가 연주해 주는게 좋더라.

 

영훈, 기타를 튜닝하는 소리가 들린다.

춘희 : 애수의 소야곡 한 번 불러보자.

 

영훈이 춘희의 얼굴 한번 보고, 기타 연주 시작한다.
이미자의 ‘애수의 소야곡’이다.
춘희, 그 자리에 앉아서 연주에 맞춰 노래 시작한다.


자신이 지금껏 살아온 이야기를 해주는 것처럼, 담담하게 노래한다.

       

 

 ♪ 애수의 소야곡 - 이미자

 

운다고 옛사랑이 오리오만은 눈물로 달래보는 구슬픈 이 밤


고요히 창을 열고 눈을 감으면 그 누가 불어주나 휘파람 소리

 

차라리 잊으리라 맹세하건만 못 잊을 미련인가 생각하던 밤


고요히 창을 열고 눈을 감으면 이 밤도 불어오는 쓸쓸한 바람

 

 

 

 

 

# 작가갈피

 

1) 병원에서 돌아온 춘희는 결국 가게를 팔고 사채에게 빚을 갚습니다.

춘희에게 방석집 ‘또 와요!’는 여러 가지로 그녀의 인생에 있어 중요한 의미였을텐데요.

처음 방석집을 인수했을 당시인 80년대 초반은 도시의 호황기로 춘희의 가게에도 이름만큼이나 또 ‘오는’ 사람들이

많았을 겁니다. 때문에 ‘또 와요!’는 그 당시 춘희에겐 확신과도 같은 말이었겠죠.
그렇게 좋았던 시절은 빠르게 춘희의 삶을 통과하고, 그 통로를 따라 많은 것들이 춘희의 삶을 지나가는데요.

많던 사람들도, 자주 들리던 소식들도, 도시의 부흥도, 좋았던 경기도 흘러 그녀에게 ‘또 와요!’는 또 온다는 확신 대신,

또 올지에 대한 마지막 희망으로만 남았습니다.
그러나 이젠 그 희망도 잃게 되었는데요…. 춘희가 또 오길 바랐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마지막은 질문으로 남겨두겠습니다.

 

2) 다큐멘터리 부분은 신마산에서 활동 중이신 거리의 악사 김원형 씨입니다.

김원형 악사님은 악보 없이 반주를 즉석에서 연주하는 ‘오부리 밴드’로 활동하셨다가 지금은 홀로 거리의 악사가 되어

통술 거리에서 매일 노래를 하고 계십니다.
주로 손님들의 신청곡을 받아 노래를 하시고 수입은 손님들에게 받는 팁이 전부이신데요.

 전에는 창동에서도 활동하셨다가 지금은 신마산 통술거리에서만 노래를 하신다고 하네요. 앞으로 통술 거리에서 악사님을 보신다면 가슴에 품고 계신 추억의 노래 하나 신청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3) 춘희의 가게로 찾아 온 ‘영훈’은 춘희가 어렸을 적부터 알고 지낸 인물로 춘희의 노래에 기타로 반주를 맞춰주던

사람입니다. 김원형 악사님이 직접 출연을 해주셨는데요.

영훈의 기타와 춘희의 노래는 첨부한 동영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