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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마산

영화<굿바이 마산>, "벌써 이정표도 다 바뀠네" (11)통합은 마치 '성(性)적 치욕' 같은 것

 

 

 

 

 

 

 

# 방석집 방안 / 아침
방 안, 강간을 당한 춘희가 엎드려진 채 누워 있다.

상 위에 흐트러진 술병, 깨진 컵들, 뒤집어진 안주 접시, 쏟아진 안주들이 널부러져 있다. 상의 옆으로 이동하면 춘희가 엎드려진 채 누워 있다. 강간을 당한 듯, 윗옷은 완전히 벗겨져 있고, 보라색 치마는 허리 위로 들어 올려져 있다.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밖에서 들어오는 빛이 엎드려 있는 춘희를 비춘다.
미숙이 춘희를 보고 놀라 황급히 뛰어 들어온다.

미숙 : 춘희야!!!!! 이게 무슨 일이고? 누가 이랬노?

 

     
 
엉망이 된 춘희의 얼굴에 흐르는 피를 손으로 닦아주며 울먹이는 미숙.
남자가 칼로 그은 상처로 춘희 다리에서 피가 흐르고
그 피 때문에 더 놀란 미숙, 춘희 다리를 잡고 통곡한다.

    

 
미숙 :(춘희의 윗옷으로 다리 상처를 지혈해주며) 어떡하노……. 어떡하노 춘희야 정신 차려봐라 어이~ 춘희야~~ 이 불쌍한 걸 누가 이랬노…….
엉엉 (소리를 내며 운다) 혼자서는 밤 늦게 장사하지 말랬는데……. 와 그래 말을 안 듣 노~~ 어쩌면 좋노……. 엉~ 엉~

눈물을 닦으며 자리에서 일어나서 전화기가 있는 탁자로 간다.

미숙 : 119지예? 여기 차를 빨리 좀 보내주이소……. 사람이 많이 다쳤다니까예.
(당황한 목소리) 주소예? 여기가…. 오동동~ 마산 오동동…. 방석집 골목!
(떨리는 목소리로) 그쪽 길 따라서 안쪽으로 들어오면 맨 마지막 집, 간판을 보면 또 와요~

# 병원 / 아침
춘희, 엉망인 얼굴로 병원에 누워있다.

깜빡이는 춘희의 시선으로 보이는 병원의 천장.
병원에 누워 있는 춘희의 얼굴.

# 택시 / 낮
택시 뒷좌석에 탄 춘희, 창밖을 보고 있다. 택시 라디오에서 마창진 통합이
도의회를 통과했다는 뉴스 나오고 있다.

     
 

경상남도 마산과 창원, 진해시의 통합이 사실상 확정됐습니다. 행정 구역 자율 통합의 첫 결과물이어서 같은 문제가 걸려 있는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줄 전망입니다. 마산·창원·진해 3개시의 통합안을 두고 진해시의회가 격론을 벌인 끝에 찬성 8, 반대 5로 의결했습니다. 비슷한 시각 마산시의회 역시 3개 도시 통합안을 압도적 찬성으로 의결했습니다.

[노판식/마산시의회 의장 : 앞으로의 비전은 마·창·진 3개시 통합이 상당히 비전이 높다 이렇게 해서, 상당히 기쁩니다.]

오는 11일로 예정된 창원시의회의 의결이 남아있긴 하지만 현재 기류로서는 찬성안 통과가 거의 확실시됩니다. 그렇게 되면 3개 시의 자율통합은 주민투표 없이 시의회의 의결로 확정됩니다. 지역내 반발여론이 가장 거셌던 진해시에서 통합안이 통과되면서 통합시 탄생은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현재 3개시의 인구를 모두 합치면 109만 명에 달합니다. 울산광역시만한 대도시가 탄생하는 셈입니다.

이번 마·창·진 행정통합은 도시간 자율통합의 전국 첫 사례로 기록되면서 향후 기타 지역들의 자율통합과 오는 2014년 행정구역 개편방향에도 상당한 선도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춘희 멍든 눈으로 택시 뒷좌석에 몸을 기대 창밖을 본다.
창밖으로 마산에서 창원으로 바뀐 이정표가 보인다.

택시기사 : 벌써 이정표도 다 바낐네.

춘희, 그 이정표 계속 바라본다.

# 방석집 앞 / 오후
춘희, 택시에서 내려 열쇠로 방석집 문을 열고 들어간다.

택시에서 내려 열쇠로 방식집 문을 열고 들어가는 춘희의 뒷모습

 

 

 
 
# 작가갈피


1.다시 영화로 돌아왔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춘희가 늦은 시각 혼자서 장사를 하다,

낯선 손님에게 강간을 당하고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되었는데요. 강간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한 이유는,

통합에 대한 영화의 생각을 전하기 위함입니다.

시민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채 졸속적으로 이루어졌던 통합과 그로 인해 이름을 잃은 도시는 본인 의지와

관계없이 강간을 당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심정을 조금 강하게 표현한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2. 춘희가 택시를 타고 가는 씬은, ‘산복도로’에서 촬영했습니다.

만날재에 위치한 유명한 짬뽕집으로 가는 길이기도 하죠? 산복도로를 지나갈 때, 차창 밖으로 보이는 마산 전경을

촬영하기 위해 이 길을 택했는데요. 사실, 촬영이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창밖에서 창 안의 춘희를 찍기 위해서 촬영감독님이 앞좌석 창문에 걸터앉아 상반신을 밖으로 내놓은 채 산복도로를

달리며 촬영하셨는데요. 밖에서 지켜 본 저희는 심장이 두근두근! 다시 한 번 촬영감독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택시기사의 역할은 바로 이 영화의 감독님이 직접 출연하셨다는 것!

 

3. 강간을 당한 춘희의 분장은 아뜰리에뷰티아카데미에서 도와주셨는데요. 특수분장이라 시간이 꽤 오래 걸렸습니다.

물감과 여러 화장품을 이용하여 멍과 상처를 만들어냈는데요. 혹시, 피는 어떻게 표현하는지 아시나요?

만초집에서 협찬(?)받은 물엿과 색소 그리고 커피를 적절한 비율로 섞어서 만든답니다.

정말 말 그대로 피 나는 노력의 결실입니다. ^^

 
위 사진은, 춘희의 분장 전 한 스탭의 손등에 상처를 표현해본 건데요. 스탭의 말을 빌리자면, 진짜 다친 것처럼 손등이 아팠다고 하네요. ^^ 이 자리를 빌어 추운 날씨에도 배우분들의 분장을 위해 애써주신 아뜰리에뷰티아카데미분들도 다시 한 번 감사드리구요. 저도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출처:http://www.masan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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